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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갇힌 꽃들과 보내는 시간 - 8월 첫째주간 샬렘 영성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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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국샬렘 댓글 0건 조회 1,968회 작성일 20-08-02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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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초 봄에 몸통만 있는 알로카시아 나무를 단골 꽃집에서 만났다. 쓰다 남은 몽땅 연필 같은 생김새가 생존불능 선고를 받은 것 같았다. 분리구역에 있던 녀석을 값을 치루고 데려왔다. 교회 뒷 주차장 시멘트 바닥 양쪽에 늘어선 다양한 크기의 화분에는 50여 종류의 꽃들과 유실수로 가득하다. 우린 그 황홀한 초록 밭을 뒤뜰 정원이라 부른다. 그 녀석을 이 뒤뜰 정원의 블루베리와 무궁화나무 사이에 입주를 시켰다.

자리를 잡고 적응기간을 거치자. 그 녀석의 몸에서 자란 잎사귀들은 작년 뜨거운 여름에 크고, 자라나서 작은 화분 5개에 분가를 시켰다. 그 잎사귀는 올해 더 크고, 더 널찍하게 자라고 있다. 비가 오면 우산이 되고, 강한 햇살을 피해 양산이 되어, 오가는 사람들에게 토란잎을 머리에 쓰고 뛰놀았던 어릴 적 추억을 소환한다.

뒤 뜰 정원엔 봉숭아, 채송화, 맨드라미꽃 등이 저마다 자란다. 이들은 소리 없이 자라고, 꽃을 피우고, 꽃잎을 떨군다. 그들은 누구도 안전한 생존을 위해, 인정과 존중 받기위해 힘을 사용하거나 지배하려 하지 않는다. 그저 ‘가만히’  머물러 있다. 이 침묵의 소리로 내게 말을 걸어오는 그 분! 너무 익숙하고 친근한 분이 아닌가!  내 눈의 백태가 벗겨지고, 귀가 열린다. 이 많은 초록들 가운데서 현존 하시는 하나님을 만난다. 말씀이 보이고, 복음이 들린다. 하나님도 가만히, 나도 가만히, 이 뒤뜰 정원에 함께 머문다.

  하루에도 수차례 뒤뜰 정원을 느린 걸음으로 한 발짝 한 발짝을 내 딛는다. 나의 발자국 소리에 그 초록들은 소리 없는 말로 내게 다가온다. 무더운 날은 고개를 옆으로 살짝 돌리거나, 고개를 푹 숙이고 속삭인다. 비오는 날이면 화들짝 웃어댄다. 경쾌하게 말을 걸어오는 소리가 빗방울 소리인지, 깔깔거리는 꽃들의 웃음소리인지 알아차리기 위해 나의 눈과 귀 가 크게 열린다. 가만히 함께 있으라는 소리를 듣는다.

  함께 있어 서로를 바라봄은 내 안에 나를 만나고, 너 안에 계신 하나님을 만나고, 우리 안에 계신 하나님을 만난다. 그저 가만히 있어 서로를 알아차릴 수 있다. 내려감(下降)과 올라감(上昇)이 있고, 비오는 날이면 초록식물들이 생기발랄(consolation)한 얼굴을 보고, 무더운 날에는 기진맥진(desolation)한 자태를 본다. 화분에 갇힌 꽃들이라 답답할 거라는 나의 선입견을 내려놓는다. 황토 흙더미를 그리워 할 거라는 나의 판단과 예측을 버린다. 이 화분에 갇힌 꽃으로 보는 시선을 넓혀, 있는 그대로를 기뻐하고 환대하라는 소리를 듣는다. 이 정원에 깃든 나의 애착과 집착을 떠나가도록 보내버린다.

  뒤뜰 정원에 산들바람이 초대된다. 어디서 온 걸까? 누가 초대한 걸까? 바람은 자유다. 나의 뺨에도, 초록나무들에도, 꽃잎에도 달콤하게 스친다. 바람은 화분에 갇힌 꽃이 아니라 화분에 심겨진 꽃이라 부르고 있다. 하나하나 그들의 이름을 불러주고 있다. 나도 바람 따라 하나하나 소리 없는 말로 이름을 불러준다. 이곳에 거하는 모든 존재들은 햇살에게도, 별빛에게도, 비바람에게도 저항하지 않는다. 나도 그들을 맞이한다. 한 없이 그들을 환대한다.

- 전승영 목사(한천교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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