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삶) 영적 우정과 영적지도 Spiritual Dir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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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국샬렘 댓글 0건 조회 799회 작성일 23-03-22 21:48본문
한 사람이 공동체 안에서 다른 사람에게 빚지고 있는 첫 번째 섬김은 다른 사람의 말을 들어주는 것입니다..... 형제. 자매에게 귀를 기울이는 법을 배울 때, 우리는 형제, 자매들에게 하느님의 일을 하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인들, 특히 설교자들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면 언제나 그들에게 무언가를 제공하여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그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섬김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들어주는 것이 말하는 것 보다 더 큰 섬김이 된다는 것을 망각하고 있습니다. 세상에는 자신에게 귀를 기울여 줄 사람을 찾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러나 그리스도인들 가운데 들을 귀를 가진 사람을 찾기란 그리 쉽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들어야만 할 때도 입을 열기 때문입니다. 형제. 자매에게 귀를 기울이지 않는 사람은 머지않아 하느님께도 귀를 기울이지 않을 것이고, 하느님 앞에서도 언제나 말할 것입니다.
- 디트리히 본 회퍼 Dietrich Bonhoeffer -
한국교회가 경험하고 있는 위기의 요인을 한 가지로 정의할 수 없겠지만 그 위기의 중심에는 ‘하느님께 귀 기울이지 않는 성직자와 신자들’이 자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교회와 신앙인들이 하느님을 믿고 있다는 것을 세상과 사람들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믿을 수 있기 위해 가장 먼저 회복하여야 할 것이 있다면 그것은 ‘하느님을 경청’하고 ‘분별’하며 ‘하느님을 따르는 모습’일 것입니다. 그것이 개인이든 그룹이든 한국교회에서 영적지도의 회복은 이를 위한 중요한 길잡이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영적지도란 무엇인가
그리스도교 영적전통에서 영적우정의 대표적인 형태는 ‘영적지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 샬렘영성훈련원의 설립자인 틸든 에드워드 Tilden Edward는 영적지도를 ‘한 사람의 삶의 모든 영역에서 운행하시는 성령님께 기도하며, 귀를 기울이고자 하는 열망을 지닌 두 사람 혹은 그 이상의 사람들이 하느님의 현존에 더 온전하게 응답하며, 하느님의 뜻을 따라 살아가려는 목적으로 만나는 것’이라고 정의하였습니다. 그런데 현대인들에게 영적지도에서 ‘지도’라는 단어가 주는 권위적이고 위계적인 어감 때문에 요사이에는 ‘영적안내 Spiritual Guidance’ 혹은 ‘영적동반 Spiritual Companion'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간혹 영적지도를 심리치료나 목회상담과 혼동하기도 하는데 제럴드 메이 Gerald G. May는 그 차이를 설명하기 위해 한 사람이 우울 또는 불안을 대하는 태도를 예로 들은 적이 있습니다. 제럴드 메이는 만일 당신이 우울이나 불안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알고 싶다면 심리치료사가 되면 되고, 만일 하느님이 당신의 성장을 위해 일부러 그것을 주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목회상담가가 되면 된다고 말합니다. 반면 만일 당신이 우울이나 불안 가운데 있는 당신 자신을 하느님께 바치는 것에 관심이 있다면 영적지도자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영적지도와 심리치료 그리고 목회상담 사이에는 서로 다른 목표와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호 겹쳐지는 부분들이 있으며, 그 겹쳐짐은 똑같은 인간 실재에 대한 상이한 초점과 배경이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영적지도는 자신의 상태에 대하여 분명한 처방을 하는 정신분석가에게 내담자가 복종하듯 지도자의 처방을 따르는 것이 아닙니다. 영적지도는 피지도자가가 자신의 영적여정과 삶을 지도자와 나누며, 떠오르는 문제에 대하여 지도자의 도움을 받아 지도자와 함께 자신을 하느님께 바치고, 그분의 뜻을 분별하는 것입니다. 영적지도에서 참된 지도자는 성령 하느님 한 분이시며, 지도자의 역할은 마치 산파가 산모의 출산을 돕듯이 피지도자가 하느님 안에서 기도로 자신을 향한 하느님의 뜻을 분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때문에 영적지도에서는 지도자는 피지도자가 결정하여야 할 책임을 덜어주려고 의도하지 않습니다. 피지도자에게 “이렇게 하세요.” 혹은 “그것을 하지 마세요.”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가끔은 관습적인 순종을 이유로 피지도자가 지도자에게 분명한 지시를 받고 싶어 하기도 하지만 영적지도에서 이같은 태도는 피지도자가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고, 성숙한 판단의 성장을 거부하는 것입니다. 언제나 기억해야 할 것은 영적지도에서 참된 지도자는 성령 하느님 한 분이라는 것입니다.
영적 우정과 영적지도
교회 안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영적 우정과 동반의 관계들이 있습니다. 제자훈련의 형식이나 멘토링 관계로, 영적 우정을 나누는 여러 형태의 소그룹에서 비형식적으로 부정기적인 자연스러운 만남을 통해 영적 우정을 나누는 관계들도 있습니다. 그 모든 관계들이 우리의 영적 여정에 도움이 되는 소중한 관계들입니다. 그러나 다른 영적지도 관계들에 비하여 영적지도(동반)는 한 사람(피지도자)이 자신의 영성생활에 진지한 관심을 갖고, 다른 한 사람(지도자)을 규칙적으로(보통 월 1회) 특별히 하느님의 현존에 더 온전하게 응답하며, 하느님의 뜻을 따라 살아가려는 목적으로 만나는 것입니다. 영적지도 관계는 일대 일로 맺을 수도 있고, 그룹으로 맺을 수도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일대 일 영적지도 관계가 일반적이지만, 영적지도 문화가 아직 익숙하지 않은 환경을 고려할 때, 소그룹 문화가 활발한 한국교회에서는 그룹영적지도도 한국교회 안에서 영적지도를 확장시킬 수 있는 좋은 대안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대 일 영적지도이든 그룹영적지도이든 일반적으로 만남은 다른 방해를 받지 않고, 하느님의 임재를 의식하며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조용한 장소에서, 한 번 만남에 보통 1시간 정도의 시간을 사용합니다. 영적지도에서 나눈 이야기는 비밀이 보장되어야 하고, 일반적으로 최소한 1년 정도 지속적인 만남을 위해 만남을 위해 서로 헌신할 것을 약속하고 시작합니다. 매년 상호분별을 통해 영적지도의 지속여부를 갱신할 수 있습니다.
누가 영적 지도자인가?
일반적으로 좋은 영적지도자는 믿는 이들의 공동체 속에서 발견됩니다. 교회는 전통적으로 영적지도를 전문적인 사역으로 이해하기보다 어떤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은사로 이해하였습니다. 그 은사를 지닌 사람을 분별할 수 있는 가장 단순한 징표 가운데 하나는 공동체 안에서 사람들이 자신이 겪고 있는 영적인 어려움을 그/그녀를 찾아가 나누고 싶어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상적인 상담과 달리 영적지도는 한 사람이 하느님과의 친밀한 관계 속에서 살아가고픈 열망과 분별을 돕는 것에 기초하기 때문에, 하느님 사랑의 체험이 많지 않은 사람은 사랑의 하느님을 피지도자에게 전달하기 어렵다고 생각했습니다. 영적지도자는 사람들과 소통하려는 하느님의 능력과 소망에 대한 깊은 믿음이 필요하며, 그 믿음은 지도자 자신의 체험에서 나옵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지도자는 자신의 하느님 체험에 한계가 있음을 인식하고, 하느님에 대해 더 많이 알기를 바라고, 다른 사람들의 하느님 체험을 들음으로써 더 많이 배우기를 바라는 겸손한 사람이어야 합니다.
영적지도자는 넘치는 따뜻함을 가지고 있을 필요가 있으며, 인내를 가지고 들어 주고, 피지도자의 눈을 통해서 세상을 보며, 피지도자 느끼고 체험하는 것을 판단하기보다 이해하기 위하여 자신의 편견과 염려와 기대를 옆으로 제쳐둘 수 있어야 합니다. 또한 지도자는 스스로도 영적지도를 받고, 다양한 관점에 자신을 개방하고, 자신의 편견으로부터 피지도자를 보호하려고 노력하여야 합니다. 피지도자가 성장의 고통을 겪을 때 그 고통을 제거하려고 노력하기보다 고통 중에 있는 그와 함께 동반하여야 합니다. 영적지도자는 역할을 수행하기에 적합한 기도의 체험, 신학적 지식, 심리학과 영성적 소양을 갖추기 위해 지속적으로 공부하여야 하며, 훈련과 교육은 은사를 받은 이들의 이같은 측면을 도울 수 있습니다.
영적지도에서 피지도자와 지도자의 책임
영적지도를 시작한 사람들은 영적지도 시간은 물론이고 일상에서도 하느님과의 관계에 주의를 기울이며 살아가야 합니다. 무엇보다 피지도자는 항상 자신과 하느님과의 관계에 대한 책임성을 지닙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그 책임은 지도자에게 양도될 수 없습니다. 스스로 어떤 영적 훈련들을 할 것인지 기도하면서 결정하고 그 훈련에 대한 책임을 감당해 감에 따라 분별력의 성장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성령의 인도하심에 응답하기 위해 피지도자들은 어디에서, 언제, 어떻게 기도하며 말씀을 묵상할 것인지를 결정하고, 기도하면서 하느님의 요청이 무엇인지, 자신이 어떻게 응답할 것인지를 분별하여야 합니다.
영적지도는 감시 감독의 체계가 아닙니다. 피지도자는 하느님, 자기 자신 그리고 영적지도자에게 진실할 책임이 있습니다. 그리고 성령께서 자신의 마음에 떠오르게 하는 것이면 무엇이든지 기꺼이 이야기할 책임이 있습니다. 자신에 관해 그리고 자신이 행한 일에 관해 지도자와 대화를 나눌 때 피지도자는 자신의 동기와 감추어진 부분들을 보다 잘 볼 수 있게 되며 수정해야 할 것도 더 잘 알게 됩니다.
지도자는 피지도자와 함께 기도하고, 경청하며, 정직하게 반응합니다. 지도자는 자신이 행한 영적지도에 대한 감독을 받을 의무가 있으며, 피지도자가 누구인지를 밝히지 않은 채 감독을 받는 것에 대해 피지도자의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지도자는 피지도자를 위해 기도하여야 합니다. 지속적인 기도는 영적지도의 토대이기 때문입니다.
영적지도 시간에 나누는 이야기들
영적지도 시간에 나눌 대화의 주제는 일반적으로 피지도자가 선택합니다. 피지도자는 하느님과 자신의 관계의 여러 측면들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지난 만난 이후에 겪은 자신의 하느님 체험, 하느님에 대한 자신의 생각, 자신이 경험한 임재와 부재의 체험들과 순간들, 자신이 겪고 있는 곤경과 혼란스러움들, 분노와 슬픔과 실망감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그 가운데서 하느님의 음성을 경청하며 따르기 위해 실천하였던 것들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피지도자는 영적지도자를 만나러 가기 전에 다음과 같은 질문들을 기도 가운데 성찰하면서 만남을 준비할 수 있습니다. 지난 한 달 자신의 기도생활과 하느님과의 관계는 어떠하였는지, 영적 여정에서 지금 자신이 머물고 있는 곳은 어디이며 하느님은 자신의 삶 어디에, 어떻게 현존하시고 있는지, 지난 한 달 하느님께 마음을 열게 하거나 혹은 거절하게 하는 무엇이 있었는지, 요사이 자신에게 하느님은 어떤 이미지로 다가오며, 그 이미지가 자신의 행동과 선택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요사이 자신 영혼 안에서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을 어떻게 감각하거나 느끼고 있으며, 어떻게 응답하고 있는지, 지난 한 달 동안 어디에서 하느님의 음성, 활동하심, 혹은 초대를 느꼈는지, 하느님과의 관계에서 혹은 자신의 내적인 여정과 관련하여 자신의 눈먼 지점과 성장하고 있는 지점에 대한 새로운 통찰이 있는지, 지난 한 달 사이에 낯설거나 일반적이지 않은 하느님체험이 있었는지, 그 체험이 자신에게 무엇처럼 느껴졌는지 그리고 그 체험이 하느님에 대한 자신의 관점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기도가운데 돌아보며, 지도자와 나눌 대화를 준비할 수 있습니다.
영적지도 대화에서 지도자는 경청하고, 기도하며, 피지도자들이 말로 혹은 무언으로 표현한 것들을 기도 가운데 숙고합니다. 지도자는 피지도자의 이야기를 경청하며, 그의 기도와 삶의 경험이 어떻게 연결되었는지 깨닫도록 그리고 하느님께서 피지도자의 삶과 활동 가운데 어떻게 함께 하고 계신지, 그를 어떻게 만나주시고 계신지, 그리고 그를 어디로 초대하고 계신지 보고, 들을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다른 한편 하느님과 더 깊은 관계와 친교를 위하여 피지도자와 어떻게 관계 맺고 싶어 하시는지를 깨닫고, 응답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습니다.
영적지도 관계의 평가와 성찰
영적지도 관계는 정기적인 평가를 통하여 지속여부를 지도자와 피지도자가 함께 결정할 수 있습니다. 평가와 성찰을 위해 다음과 같은 두 가지 근본적 질문이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첫째, 두 사람 모두 지속적 영적지도 관계로 부름 받고 있다고 느끼는가? 둘째, 그렇다면 어떤 측면들이 관계에서 확인될 필요가 있고, 변화될 필요가 있는가? 처음 몇 차례 정도 만남 후에 성찰을 통한 평가하여 지속여부를 분별할 수 있습니다.
- 김홍일 (기도하는 삶)
- 디트리히 본 회퍼 Dietrich Bonhoeffer -
한국교회가 경험하고 있는 위기의 요인을 한 가지로 정의할 수 없겠지만 그 위기의 중심에는 ‘하느님께 귀 기울이지 않는 성직자와 신자들’이 자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교회와 신앙인들이 하느님을 믿고 있다는 것을 세상과 사람들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믿을 수 있기 위해 가장 먼저 회복하여야 할 것이 있다면 그것은 ‘하느님을 경청’하고 ‘분별’하며 ‘하느님을 따르는 모습’일 것입니다. 그것이 개인이든 그룹이든 한국교회에서 영적지도의 회복은 이를 위한 중요한 길잡이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영적지도란 무엇인가
그리스도교 영적전통에서 영적우정의 대표적인 형태는 ‘영적지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 샬렘영성훈련원의 설립자인 틸든 에드워드 Tilden Edward는 영적지도를 ‘한 사람의 삶의 모든 영역에서 운행하시는 성령님께 기도하며, 귀를 기울이고자 하는 열망을 지닌 두 사람 혹은 그 이상의 사람들이 하느님의 현존에 더 온전하게 응답하며, 하느님의 뜻을 따라 살아가려는 목적으로 만나는 것’이라고 정의하였습니다. 그런데 현대인들에게 영적지도에서 ‘지도’라는 단어가 주는 권위적이고 위계적인 어감 때문에 요사이에는 ‘영적안내 Spiritual Guidance’ 혹은 ‘영적동반 Spiritual Companion'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간혹 영적지도를 심리치료나 목회상담과 혼동하기도 하는데 제럴드 메이 Gerald G. May는 그 차이를 설명하기 위해 한 사람이 우울 또는 불안을 대하는 태도를 예로 들은 적이 있습니다. 제럴드 메이는 만일 당신이 우울이나 불안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알고 싶다면 심리치료사가 되면 되고, 만일 하느님이 당신의 성장을 위해 일부러 그것을 주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목회상담가가 되면 된다고 말합니다. 반면 만일 당신이 우울이나 불안 가운데 있는 당신 자신을 하느님께 바치는 것에 관심이 있다면 영적지도자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영적지도와 심리치료 그리고 목회상담 사이에는 서로 다른 목표와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호 겹쳐지는 부분들이 있으며, 그 겹쳐짐은 똑같은 인간 실재에 대한 상이한 초점과 배경이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영적지도는 자신의 상태에 대하여 분명한 처방을 하는 정신분석가에게 내담자가 복종하듯 지도자의 처방을 따르는 것이 아닙니다. 영적지도는 피지도자가가 자신의 영적여정과 삶을 지도자와 나누며, 떠오르는 문제에 대하여 지도자의 도움을 받아 지도자와 함께 자신을 하느님께 바치고, 그분의 뜻을 분별하는 것입니다. 영적지도에서 참된 지도자는 성령 하느님 한 분이시며, 지도자의 역할은 마치 산파가 산모의 출산을 돕듯이 피지도자가 하느님 안에서 기도로 자신을 향한 하느님의 뜻을 분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때문에 영적지도에서는 지도자는 피지도자가 결정하여야 할 책임을 덜어주려고 의도하지 않습니다. 피지도자에게 “이렇게 하세요.” 혹은 “그것을 하지 마세요.”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가끔은 관습적인 순종을 이유로 피지도자가 지도자에게 분명한 지시를 받고 싶어 하기도 하지만 영적지도에서 이같은 태도는 피지도자가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고, 성숙한 판단의 성장을 거부하는 것입니다. 언제나 기억해야 할 것은 영적지도에서 참된 지도자는 성령 하느님 한 분이라는 것입니다.
영적 우정과 영적지도
교회 안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영적 우정과 동반의 관계들이 있습니다. 제자훈련의 형식이나 멘토링 관계로, 영적 우정을 나누는 여러 형태의 소그룹에서 비형식적으로 부정기적인 자연스러운 만남을 통해 영적 우정을 나누는 관계들도 있습니다. 그 모든 관계들이 우리의 영적 여정에 도움이 되는 소중한 관계들입니다. 그러나 다른 영적지도 관계들에 비하여 영적지도(동반)는 한 사람(피지도자)이 자신의 영성생활에 진지한 관심을 갖고, 다른 한 사람(지도자)을 규칙적으로(보통 월 1회) 특별히 하느님의 현존에 더 온전하게 응답하며, 하느님의 뜻을 따라 살아가려는 목적으로 만나는 것입니다. 영적지도 관계는 일대 일로 맺을 수도 있고, 그룹으로 맺을 수도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일대 일 영적지도 관계가 일반적이지만, 영적지도 문화가 아직 익숙하지 않은 환경을 고려할 때, 소그룹 문화가 활발한 한국교회에서는 그룹영적지도도 한국교회 안에서 영적지도를 확장시킬 수 있는 좋은 대안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대 일 영적지도이든 그룹영적지도이든 일반적으로 만남은 다른 방해를 받지 않고, 하느님의 임재를 의식하며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조용한 장소에서, 한 번 만남에 보통 1시간 정도의 시간을 사용합니다. 영적지도에서 나눈 이야기는 비밀이 보장되어야 하고, 일반적으로 최소한 1년 정도 지속적인 만남을 위해 만남을 위해 서로 헌신할 것을 약속하고 시작합니다. 매년 상호분별을 통해 영적지도의 지속여부를 갱신할 수 있습니다.
누가 영적 지도자인가?
일반적으로 좋은 영적지도자는 믿는 이들의 공동체 속에서 발견됩니다. 교회는 전통적으로 영적지도를 전문적인 사역으로 이해하기보다 어떤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은사로 이해하였습니다. 그 은사를 지닌 사람을 분별할 수 있는 가장 단순한 징표 가운데 하나는 공동체 안에서 사람들이 자신이 겪고 있는 영적인 어려움을 그/그녀를 찾아가 나누고 싶어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상적인 상담과 달리 영적지도는 한 사람이 하느님과의 친밀한 관계 속에서 살아가고픈 열망과 분별을 돕는 것에 기초하기 때문에, 하느님 사랑의 체험이 많지 않은 사람은 사랑의 하느님을 피지도자에게 전달하기 어렵다고 생각했습니다. 영적지도자는 사람들과 소통하려는 하느님의 능력과 소망에 대한 깊은 믿음이 필요하며, 그 믿음은 지도자 자신의 체험에서 나옵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지도자는 자신의 하느님 체험에 한계가 있음을 인식하고, 하느님에 대해 더 많이 알기를 바라고, 다른 사람들의 하느님 체험을 들음으로써 더 많이 배우기를 바라는 겸손한 사람이어야 합니다.
영적지도자는 넘치는 따뜻함을 가지고 있을 필요가 있으며, 인내를 가지고 들어 주고, 피지도자의 눈을 통해서 세상을 보며, 피지도자 느끼고 체험하는 것을 판단하기보다 이해하기 위하여 자신의 편견과 염려와 기대를 옆으로 제쳐둘 수 있어야 합니다. 또한 지도자는 스스로도 영적지도를 받고, 다양한 관점에 자신을 개방하고, 자신의 편견으로부터 피지도자를 보호하려고 노력하여야 합니다. 피지도자가 성장의 고통을 겪을 때 그 고통을 제거하려고 노력하기보다 고통 중에 있는 그와 함께 동반하여야 합니다. 영적지도자는 역할을 수행하기에 적합한 기도의 체험, 신학적 지식, 심리학과 영성적 소양을 갖추기 위해 지속적으로 공부하여야 하며, 훈련과 교육은 은사를 받은 이들의 이같은 측면을 도울 수 있습니다.
영적지도에서 피지도자와 지도자의 책임
영적지도를 시작한 사람들은 영적지도 시간은 물론이고 일상에서도 하느님과의 관계에 주의를 기울이며 살아가야 합니다. 무엇보다 피지도자는 항상 자신과 하느님과의 관계에 대한 책임성을 지닙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그 책임은 지도자에게 양도될 수 없습니다. 스스로 어떤 영적 훈련들을 할 것인지 기도하면서 결정하고 그 훈련에 대한 책임을 감당해 감에 따라 분별력의 성장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성령의 인도하심에 응답하기 위해 피지도자들은 어디에서, 언제, 어떻게 기도하며 말씀을 묵상할 것인지를 결정하고, 기도하면서 하느님의 요청이 무엇인지, 자신이 어떻게 응답할 것인지를 분별하여야 합니다.
영적지도는 감시 감독의 체계가 아닙니다. 피지도자는 하느님, 자기 자신 그리고 영적지도자에게 진실할 책임이 있습니다. 그리고 성령께서 자신의 마음에 떠오르게 하는 것이면 무엇이든지 기꺼이 이야기할 책임이 있습니다. 자신에 관해 그리고 자신이 행한 일에 관해 지도자와 대화를 나눌 때 피지도자는 자신의 동기와 감추어진 부분들을 보다 잘 볼 수 있게 되며 수정해야 할 것도 더 잘 알게 됩니다.
지도자는 피지도자와 함께 기도하고, 경청하며, 정직하게 반응합니다. 지도자는 자신이 행한 영적지도에 대한 감독을 받을 의무가 있으며, 피지도자가 누구인지를 밝히지 않은 채 감독을 받는 것에 대해 피지도자의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지도자는 피지도자를 위해 기도하여야 합니다. 지속적인 기도는 영적지도의 토대이기 때문입니다.
영적지도 시간에 나누는 이야기들
영적지도 시간에 나눌 대화의 주제는 일반적으로 피지도자가 선택합니다. 피지도자는 하느님과 자신의 관계의 여러 측면들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지난 만난 이후에 겪은 자신의 하느님 체험, 하느님에 대한 자신의 생각, 자신이 경험한 임재와 부재의 체험들과 순간들, 자신이 겪고 있는 곤경과 혼란스러움들, 분노와 슬픔과 실망감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그 가운데서 하느님의 음성을 경청하며 따르기 위해 실천하였던 것들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피지도자는 영적지도자를 만나러 가기 전에 다음과 같은 질문들을 기도 가운데 성찰하면서 만남을 준비할 수 있습니다. 지난 한 달 자신의 기도생활과 하느님과의 관계는 어떠하였는지, 영적 여정에서 지금 자신이 머물고 있는 곳은 어디이며 하느님은 자신의 삶 어디에, 어떻게 현존하시고 있는지, 지난 한 달 하느님께 마음을 열게 하거나 혹은 거절하게 하는 무엇이 있었는지, 요사이 자신에게 하느님은 어떤 이미지로 다가오며, 그 이미지가 자신의 행동과 선택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요사이 자신 영혼 안에서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을 어떻게 감각하거나 느끼고 있으며, 어떻게 응답하고 있는지, 지난 한 달 동안 어디에서 하느님의 음성, 활동하심, 혹은 초대를 느꼈는지, 하느님과의 관계에서 혹은 자신의 내적인 여정과 관련하여 자신의 눈먼 지점과 성장하고 있는 지점에 대한 새로운 통찰이 있는지, 지난 한 달 사이에 낯설거나 일반적이지 않은 하느님체험이 있었는지, 그 체험이 자신에게 무엇처럼 느껴졌는지 그리고 그 체험이 하느님에 대한 자신의 관점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기도가운데 돌아보며, 지도자와 나눌 대화를 준비할 수 있습니다.
영적지도 대화에서 지도자는 경청하고, 기도하며, 피지도자들이 말로 혹은 무언으로 표현한 것들을 기도 가운데 숙고합니다. 지도자는 피지도자의 이야기를 경청하며, 그의 기도와 삶의 경험이 어떻게 연결되었는지 깨닫도록 그리고 하느님께서 피지도자의 삶과 활동 가운데 어떻게 함께 하고 계신지, 그를 어떻게 만나주시고 계신지, 그리고 그를 어디로 초대하고 계신지 보고, 들을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다른 한편 하느님과 더 깊은 관계와 친교를 위하여 피지도자와 어떻게 관계 맺고 싶어 하시는지를 깨닫고, 응답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습니다.
영적지도 관계의 평가와 성찰
영적지도 관계는 정기적인 평가를 통하여 지속여부를 지도자와 피지도자가 함께 결정할 수 있습니다. 평가와 성찰을 위해 다음과 같은 두 가지 근본적 질문이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첫째, 두 사람 모두 지속적 영적지도 관계로 부름 받고 있다고 느끼는가? 둘째, 그렇다면 어떤 측면들이 관계에서 확인될 필요가 있고, 변화될 필요가 있는가? 처음 몇 차례 정도 만남 후에 성찰을 통한 평가하여 지속여부를 분별할 수 있습니다.
- 김홍일 (기도하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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